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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어선장의 바다

어쩔수 없이

by 이윤길(오어선장) 2025.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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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기다리던 때가 있었다. 세상 모든 것이 비에 쓸려 바다로 떠내려가길 바랬는가보다. 혼자여서 우울했고 어쩔수 없이 외로웠고 쓸쓸하던 시간이었다. 넋을 놓은 채 달맞이고개길 2번 마을버스를 기다리던 오늘이 그랬다. 이미 주변은 어둠으로 가득했고 건널목을 바삐 건너는 이들이나 술자리에 남겨두고온 하선장도 홀로일 것이다.


몇 번의 천둥과 함께 희고 날카로운 Z자 번개가 눈 앞을 지나갔다. 흐렸던 눈이 맑아지고 막힌 귀가 뚫리기 시작했다. 나는 혼자 중얼거렸다. 비가 왔으면 좋겠다. 마침내 장산역 7번 출구 앞 벤치에도 비가 내렸고 내 마음도 비에 젖기 시작했다. 비가 와서 르무통 운동화도 흠뻑 젖었다








#바다 #오어선장 #이윤길 #달맞이고갯길 #장산역 #르무통운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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