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67 섬을 돌아나올 때마다 섬과 섬들이 그라데이션으로 겹쳐진 통영 바다. 참 고적하고 고졸하다. 마치 추사 김정희 그림을 한편 보는 것 같다. 같은 바다라도 목숨을 황파노도 끝에 걸어놓고 살아왔던 세계와는 전혀 다른, 보고만 있어도 먹먹해지는 풍경. 섬 그늘을 하나씩 돌아나올 때마다 먼 바다 심연의 검고 엷은 빛깔이 수심처럼 번져 내 머리를 친다. 콧날 시큰하도록 가두리망으로 향하는 관리선 이물에서 망쳤다고 생각한 내 인생이 그닥 실패하지 않았음을. 고요함으로 가득한, 이제는 빛나지 않을 새벽별의 잔상으로 눈까지 부시다. 허공을 떠다니는 각성의 망치처럼. 줗다, 아주 좋다! 중얼중얼 거리는 내 마음속의 기도문처럼#바다 #오어선장 #이윤길 #그라데이션 #추사 #김정희 #황파노도 #풍경 #섬 #새벽별 #기도문 2025. 7. 20. 새벽 갑판에서 멀뚱이 죽엄을 지켜보던 친구들절망으로부터 흘러온 붉은 핏물이수평선 너머 내마음까지 번진다결국 살아남는 자가 주인이다#바다 #오어선장 #이윤길 #해양문학 #포토포엠 2025. 7. 19. 낭만 통영!! 도남동에는 해수목욕탕이 하나 있는데 하루 피로를 풀기에는 그저그만이다. 백신작업은 보통 두 시쯤 마무리가 되는데 때에 따라서 오전에 종료가 되는 날도 있다. 내게 시간이 생기는 순간이다. 작업장에서 돌아온 나는 우비, 팔토시, 햇빛기피모자 등의 바닷물을 세탁해 널고 숙소를 나섰다. 이제는 퇴락해버린 21세기 조선소 담벼락을 따라 충무교 운하 입새까지 걸었다. 그러자 떠나는 배와 돌아오는 사람으로 북적거릴 여객선터미널 풍경이 한 눈에 든다. 나는 해수목욕탕의 찜질도 잊고 가이드 팬스에 턱을 고인 채 여객선에 올라 섬으로 닿는다. 그때 본 이 꽃나무의 꽃이 무슨 꽃인지는 모르겠으나 참으로 낭만 통영!!#바다 #오어선장 #이윤길 #도남동 #해수목욕탕 #21세기조선소 #충무교 #운하 2025. 7. 19. 너와 나의 깃발 너희는 머리를 조아려라여기서부터 나의 땅이다-두려워 마라 뱃사람들아#바다 #오어선장 #이윤길 #해양문학 #포토포엠 2025. 7. 18. 사바나의 흰 코뿔소처럼 로댕의 예술을 집대성한 불후의 명작 지옥의 문은 단데의 신곡에 나오는 지옥편을 주제로 삼았다고 한다. 로댕의 지옥의 문은 인간의 정염에 대한 수많은 육체의 엉킴 속에서 인간의 본성을 보여주며 이런 인간의 모습을 내려다보는 생각하는 사람의 모습이 있다. 또 인도네시아 발리의 힌두교사원 뜸푸양에 있는 천국의 문은 발리인들에게는 신앙의 중심이자 관광객들에게는 하늘과 맞닿은 인생 사진을 남길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통영에는 바다의 문이 있다. 신새벽 아침마다 뜨거운 콧김을 힝힝 불어대며 먹이사냥에 나선 사바나의 흰 코뿔소처럼 이곳을 통과해야 바다로 가는 시푸른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다#바다 #오어선장 #이윤길 #사바나 #흰코뿔소 #로댕 #지옥의 문 #천국의 문 #바다의 문 #힌두교 #발리 2025. 7. 18. 6월, 장미나무 장미나무 심고 얼마나 즐거워했던가. 집을 가진 기념식수였다. 벌써 40년 전 이야기, 사라졌던 기억이 돌아오면 그곳엔 젊은 엄마도 있고 나도 있었다. 어쩌면 고통스러웠던 날에서 가장 행복했던 기억일지 모르는 장미나무는 마른 꽃이 날리거나, 잎이 쌓여 주는 이웃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 수없이 가지를 잘라냈다. 그래도 장미나무는 살아남아 엄마 사랑처럼 붉은 꽃을 피운다. 지난밤 잠시 쏟아진 빗방울에 시든 꽃잎이 바닥에 가득하다. 신새벽이라 더 슬퍼지는, 발밑에 꽃잎이 울긋불긋 번져 그래서 하염없어라. 나는 얼크러진 꽃을 두고 자꾸자꾸 죄스러운데 마음 깊이 가라만 앉는 저 붉은 그리움들. 엄마가 보고 싶다# 6월 #장미나무 #기념식수 #신새벽 #붉은 그리움 2025. 6. 15. 이전 1 ··· 8 9 10 11 1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