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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어선장77

쓸꺼냐 말꺼냐 그것이 문제다 2007년 계간 영목신인상으로 등단하고 17년이 지나는 동안 7권 시집을 냈다. 모두 먼바다를 삶의 배경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나는 알고 있다. 함께 피항하던 항행선이 심연의 어둠으로 사라지던 폭풍의 밤을. 병원을 찾아 달려가던 먼바다에서 내 손을 가만히 내려놓던 차가움을. 0을 향해 떨어지던 맥박을. 그 슬픔을 기록한 시집은 대부분 절판 되었다. 여전히 먼바다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를 전하고 싶지만 그래서 속이 시원하다. 먼바다가 있어서, 뱃사람들이 있어서 그 지극한 고통과 외로움과 허무를 지금까지 견디어온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제는 쓸꺼냐, 말꺼나 그것이 문제다#바다 #오어선장 #이윤길 #진화하지 못한 물고기 #대왕고래를 만나다 #바다, 짐승이 우글우글하다 #파도공화국 #더블루 #.. 2025. 8. 16.
2010년 계간 로 등단해 4권의 책을 쓰는 동안 2025년도 절반이 갔다. 창작집 2권, 장편소설 1권, 중편집 1권이다. 나야 실력을 아니 섭섭치 않으나 팔리지 않은 책 1,700권이 서재에 쌓여있다. 볼 때마다 화가 나고 절망한다. 시체놀이를 하다가 언뜻 서재에 쌓여있는 책박스에 시선이 닿았다. 저 책들을 쓰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날을 뜬눈으로 지세웠던가. 바람 속에서, 파도 속에서, 흔들리며 젖어가며... 바다를 담기 위해서 발버둥치던 날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무튼 정신차리자 2차 시험이 코앞이다. 붙기만 붙으면 바다를 벗어날 것이고 돈 안되는 시나 소설 같은 건 쓰지 않을 것이다#바다 #오어선장 #이윤길 #동리목월 #바람 #파도 #2차시험 2025. 8. 15.
풀과의 전쟁 헉~ 이게 무슨 일, 집이 풀에 묻혔다. 도착한 날은 밤 8시까지 그리고 어제는 새벽 5시부터 풀 뽑았다. 풀과의 전쟁을 시작한 것이다. 야자매트를 깔아라, 또는 레미콘을 부어라 조언하지만 그럴수는 없다. 어머니는 이곳을 당신의 텃밭으로 삼고 여러 작물을 키우셨다. 그리고 자식들에게 모두 나눠주셨는데 나에게 뒷마당은 어머니다. 나는 평생 바다를 떠다녔다. 나는 흙이 좋다. 봄날 개부랄꽃도 좋고 민들레 색감도 좋고 발에 밟히는 풀의 촉감도 좋다. 그런 느낌으로 주문진으로 돌아온 것을 실감하는 것이다. 그건 그래도 이건 너무 심한 거시다. 풀 뽑고난 손가락 뼈마디가 너덜너덜이다. 몸살난 몸, 오늘은 시체놀이가 딱이다#바다 #오어선장 #이윤길 # 풀과의 전쟁 #텃밭 #야자매트 #레미콘 2025. 8. 14.
청솔공원에서 주문진을 떠나거나 돌아올 때 먼저 들러 인사하는 곳이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모셔놓은 청솔공원이다. 이번도 예외는 아니다. 그냥 무사히 다녀왔다 고하고 떠날 때는 주문진으로 돌아오게 주십사 말하는데 어쩌다 그 일을 거른 때는 마음이 몹시 불편하다. 부모님 살아생전 불효의 깊은 상처이기도 하다. 시립 공원묘지이므로 주문진 사람이면 이곳에 묻히고 나도 자격이 있다. 이곳에 오면 천천히 차를 몰고 묘역을 둘러보기도 한다. 그때마다 지나간 시간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죽은 사람들과 살아있는 나. 영원, 적멸, 종생 등의 낱말이 떠오른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보고 싶어 잠깐 울었다. 나도 늙었다. 2025. 8. 13.
주문진이 그런 곳이지 다시는 저 풍경을 보지 못한다. 빙산은 계속해서 녹고 있을테니 아마도 영원히 이 지구상에서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고향도 그런 것이 아닐까. 눈에서 사라졌지만 가슴에 남아있는 있는 것. 너무나 뚜렷해서 날마다 가슴을 찔러대는 대못처럼 명징한 것. 주문진 가는 길이다. 기상예보에는 비가 많다고 했으나 포항을 지나치자 빗줄기가 그치고 영덕을 통과하자 검었던 구름마저 엷어진다. 복상과 자두를 사고 싶었지만 이른 시간 탓에 7번국도 곁 과일상은 문을 열지 않았다. 북상을 할수록 하늘은 푸르렀다. 망향휴계소에서 수평선을 바라보던 사람들이 외친다. 바다가 장난이 아니다. 남극이~ 고향이, 그래 주문진이 그런 곳이지#바다 #오어선장 #이윤길 #빙산 #주문진 #남극 #7번국도 2025. 8. 12.
군함새 작년 이때쯤 바다에 있었다고 페북이 알려준다. 군함새가 날고 있는 것을 보니 크리스마스섬 인근 해역이거나 그게 아니라면 마이크로네시아 수역의 조업장이다. 망망대해라면 바닷새를 볼 수 없다. 그래서 항해중 바닷새가 보이면 반갑다. 새들이 날 수 있는 영역 안에 섬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섬에는 긴 항해에 지친 뱃사람을 위로하는 많은 것이 있다. 럼주라든가 금발의 아가씨라던가 달콤한 잠이라던가. 꼬리를 V자로 펼친 채 날개를 한껏 웅크린 것은 공기저항을 얻기 위해서다. 속도를 낮추기 위해서 안간힘 쓰는 모습으로 알 수 있다. 곧 수면으로 뛰어 오르는 날치가 있을 것이다. 갑자기 바다가 헤어진 애인처럼 그립다#바다 #오어선장 #이윤길 #군함새 #크리스마스섬 #망망대해 #마이크로네시아 #럼주 #금발머리 아가씨.. 2025. 8.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