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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길78

군함새 작년 이때쯤 바다에 있었다고 페북이 알려준다. 군함새가 날고 있는 것을 보니 크리스마스섬 인근 해역이거나 그게 아니라면 마이크로네시아 수역의 조업장이다. 망망대해라면 바닷새를 볼 수 없다. 그래서 항해중 바닷새가 보이면 반갑다. 새들이 날 수 있는 영역 안에 섬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섬에는 긴 항해에 지친 뱃사람을 위로하는 많은 것이 있다. 럼주라든가 금발의 아가씨라던가 달콤한 잠이라던가. 꼬리를 V자로 펼친 채 날개를 한껏 웅크린 것은 공기저항을 얻기 위해서다. 속도를 낮추기 위해서 안간힘 쓰는 모습으로 알 수 있다. 곧 수면으로 뛰어 오르는 날치가 있을 것이다. 갑자기 바다가 헤어진 애인처럼 그립다#바다 #오어선장 #이윤길 #군함새 #크리스마스섬 #망망대해 #마이크로네시아 #럼주 #금발머리 아가씨.. 2025. 8. 11.
속수무책 고요하던 심연이 흰파도로 찟끼며처음으로 살아있다는 걸 후회한 날그것은 종생을 고시하는 죽음의 꽃생사 끝에 투묘하는 바다의 분기여#바다 #오어선장 #이윤길 #해양문학 #포토포엠 2025. 8. 10.
어쩔수 없이 비를 기다리던 때가 있었다. 세상 모든 것이 비에 쓸려 바다로 떠내려가길 바랬는가보다. 혼자여서 우울했고 어쩔수 없이 외로웠고 쓸쓸하던 시간이었다. 넋을 놓은 채 달맞이고개길 2번 마을버스를 기다리던 오늘이 그랬다. 이미 주변은 어둠으로 가득했고 건널목을 바삐 건너는 이들이나 술자리에 남겨두고온 하선장도 홀로일 것이다. 몇 번의 천둥과 함께 희고 날카로운 Z자 번개가 눈 앞을 지나갔다. 흐렸던 눈이 맑아지고 막힌 귀가 뚫리기 시작했다. 나는 혼자 중얼거렸다. 비가 왔으면 좋겠다. 마침내 장산역 7번 출구 앞 벤치에도 비가 내렸고 내 마음도 비에 젖기 시작했다. 비가 와서 르무통 운동화도 흠뻑 젖었다#바다 #오어선장 #이윤길 #달맞이고갯길 #장산역 #르무통운동화 2025. 8. 10.
영도파 이광석대표님께서 마련한 자리에 초대 받았다. 이전이거나 이후이거나 영도와 인연이 닿고 또 영도를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 영도파 8월 자리였다.바람도 선선하고 5층 건물 옥상 파티장은 여러 캠핑 도구로 세팅되어 있어서 어느 글램핑이 부럽지 않았다. 이광석대표님 민생지원금으로 마련한 고급진 요리 안주로 김재곤샘이 들고오신 막걸리와 박명기대표님 보리소주를 마셨다.두 분 모두 술의 이력에 어찌 해박한지 감탄에 또 감탄했다. 게다가 조상제샘의 돼지고기 수육 강의는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침을 줄줄 흘리게 했다. 그렇게 좋은 사람들과 시간은 어느새 통금에 가까워졌다. 우리는 9월을 기약했다#바다 #오어선장 #이윤길 #영도파 #글램핑 #민생지원금 #막걸리 #보리소주 #통금 2025. 8. 9.
오늘이다. 내가 대답했다 언제였는지 아시나?우리들의 화양연화ㅡ뱃사람 동료가 물었다#바다 #오어선장 #이윤길 #해양문학 #포토포엠 2025. 8. 8.
회상, 그날들 더위가 한풀 꺾였다고 하나 여전히 덥다. 그때도 더웠다. 생철판 갑판에 계란 터뜨려놓으면 허옇게 반숙이 되는 걸프해에서였다. 2시간마다 예망 결과를 확인했다. 늙어가던 어머니와 나이 어린 동생들을 위해 수조기 마릿수 헤아리며 국경선을 들락거렸는데 등줄기 타고 흐르던 식은 땀은 더위 때문만은 아니었다. 때로는 몽고라 하던 갑오징어 먹물주머니를 묶거나 칼치의 머리통을 나란히 배열하다, 손에 쥐어질 몫돈을 생각하며 하얗게 웃기도 했다. 하루종일 배꽁무니 잡고 늘어지던 뜨거운 햇살과 더위에 관통당해 축축 늘어지던 몸뚱이를 끌고 우리는 바다밑을 흩고 다녔다. 50년 전, 그렇게 뜨겁던 중동 바다에서도 한시절 보냈다#바다 #오어선장 #이윤길 #예망 #수조기 #국경선 #몽고 #갑오징어 #먹물주머니 2025. 8.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