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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려오는 유빙을 헤쳐가는 동안에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지구온난화 때문이라 했지만 나는 극점 한 켠이 뚫려버린 탓일거라 생각했다. 한때 스노우볼 어스였던 이곳에도 그 구멍으로 전해진 우주의 복사열로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크게 소리내 울지 못했을 뿐 그때도 나는 주문진의 낮과 밤을 그리워했다. 빗물에 떨어져 뒹굴던 앵두나무 밑 앵두와 처마밑 낙숫물 소리를 기억해 내었고 송골매가 부른 빗물을 따라 흥얼거렸다. 지리멸렬한 날이었다. 양철지붕 두들기는 빗소리에 잠들지 못하는 나의 불면처럼 밝은 어둠이 끝없이 따라오던, 곁에 있던 누가 이곳이 남극해라 말했다

#남극해 #극점 #유빙 #스노우볼 어스 #지리멸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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