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44 쇄빙선 이제서야 고백한다. 쇄빙항해를 썼을 때와 남극해에 나타난 쇄빙선은 그야말로 상상의 산물이다. 그런데 지금 쇄빙선이 두 척이나 버티고 있지 않은가. 1척은 미국적이고 또 다른 한척은 칠레이다. 관습적으로 정박된 배의 브리지 마스트에는 입항항 나라 국기를 그리고 배꽁무니에는 자신의 선적항 국기를 달기 때문에 물어보지 않아도 안다. 나는 그동안 너무나 궁궁했던 쇄빙선 선수외판의 두께를 확인했다. 상상 그 이상이었다. 푼타 아레나스는 남극으로 가는 첫입구라는 말이 허명이 아니었다. 평생 보기조차 힘든 쇄빙선을 두 척이나 직관하다니, 기쁜 날이 가득이다. 갑자기 기적이 붕붕거린다. 그래도 출항은 쓸쓸하다#바다 #오어선장 #이윤길 #쇄빙선 #푼타 아레나스 #남극해 #브리지 #마스트 #선적항 #남극 2025. 9. 15. 푼타 아레나스 달맞이꽃 주점에서 술 때문에 인생 망친 인간이지만 그래도 술을 마시지 않는다면 사나이가 아니다. 푼타 아레나스는 유럽 이민자들이 만든 도시이고 그들 속에는 독일계 이주민이 많다. 바이젠이 그렇고 칭따이가 그렇고 삿포르도 그렇다. 독일인이 있다면 맛있는 맥주가 있는데 푼타 아레나스는 아우스트리알 맥주공장이 있다. 파타고니아 물맛이 워낙 좋은 까닭이기도 하다. 내일은 출항이다. 마젤란해협 너머 희긋희긋한 흰물결이 내 마음을 달군다. 여전히 시들지 않는 뱃사람의 호기다. 만찬을 위해 한 잔의 술을 마신다. 아우스트리알 라거다. 우리 인생은 완벽하지 않다. 그리고 가끔은 완벽할 필요도 없다#바다 #오어선장 #이윤길 #달맞이꽃 주점 #LA LUNA #출항 #아우스트리알 라거 2025. 9. 14. 푼타 아레나스 공원묘지에서 대부분 그렇듯 16세기 이후 유럽인들이 만든 도시는 광장 중심으로 바둑판 모양이다. 길 찾기가 쉽다. 구글지도를 보며 하루종일 걸었다. 푼타에서 투어라면 5가지 정도로 압축되는데 중앙광장, 푼타 아레나스 이니셜이 있는 곳, 전망대, 공원묘지, 마가야네스박물관 등이다. 걸어서 보는게 가능하고 한국인이라면 박명수도 왔다갔다는 신라면(고고면) 집도 포함이다. 점심을 그곳에서 했다. 맛과 값은 불만족이나 나도 왔다간다에 의미를 두면 된다. 하지만 나는 공원묘지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죽음도 아름다울수 있다. 들어서자마자 눈에 드는 나무부터 그랬다. 문득 나는 나무를 좋아했던 그러나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여인이 생각나 오랫동안 걸음을 멈춘 채 기도했다#바다 #오어선장 #이윤길 #공원묘지 #고고-면 #나무 #죽음 2025. 9. 14. OMG 도착하던 날, 호텔 와이파이를 사용해서 글로벌147개국 도깨비 e심 3일치를 구입했다. 숙소를 벗어나도 자유로운 구글 검색을 위해서다. 검색만 된다면 홀로 다녀도 길을 잃지 않는다. 출항이 월요일 아침으로 결정되며 시간을얻었다. 마젤란해협을 따라 걸었다. 선체가 허물어져가는 난파선이 보였다. 목선인가했는데 다가가니 철선이다. 리벳으로 선체를 봉인한 흔적이 뚜렸하다. 그동안 나를 기다렸다는 약속의 징표인양 리벳들은 아침햇살의 낙관 같이 빛났다. 마치 우리들이 헤쳐온 파도처럼 그 바닷물에 염장 되버린 내 인생처럼 세상의 끝에 파묻힌 채 아무런 격정과 분노도 없이. OMG, 나는 난파선을 향해 천천히 성호를 그었다#바다 #오어선장 #이윤길 #도깨비e심 #출항 #마젤란해협 #철선 #목선 #리벳 . 2025. 9. 14. 모래의 끝, 세상의 끝 모래의 끝, 세상의 마지막, 푼타 아레나스에 왔다. 도시의 이니셜 너머 보이는 바다가 마젤란해협이다. 세계일주 항해에 나선 마젤란이 이곳을 지나갔다 해서 붙은 바다고 첫선장을 하고 오래지 않아, 태평양을 횡단해서 포클랜드섬으로 가기 위해 통과했던 곳이기도 하다. 그때의 몇몇 항해자들이 죽음 그 뒷편으로 떠밀렸지만 나는 운좋게 버둥거려 이곳까지 왔다. 감개가 무량하다. 오래된 생각들이 긴 비행 탓인지 아님 시차 탓인지 창을 찔린 짐승의 깊은 신음소리처럼 잠을 자지 못했다. 여긴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길목, 바람이 찹다. 차다는 것은 쓸쓸하다는 말과 동음이의어. 바다로 가는 내 마음이 서럽지 않길 #바다 #오어선장 #이윤길 #모래의 끝 #세상의 끝 #푼타 아레나스 #마젤란해협 2025. 9. 12. 먼 항해 결국 로또에 실패했다. 이 섬 저 섬 남태평양 떠다닐 꿈은 그저 꿈으로 사라졌다. 이제 나는 운명의 거대한 힘에 끌려 바다로 떠난다. 부산-인천-파리-산티아고-푼타아레나스 비행항로가 순탄치 않다. 순수한 비행시간만 36시간이고 공항 경유시간을 더하면 해운대 출발 도착까지 꼬박 사흘이다. 그래야 닿는 파타고니아, 그곳에서 조사선에 승선하는데 그 바다가 만만한 곳이 아니다. 대항해시절 수많은 범선이 난파한 혼곶이 있는 곳이며 드레이크해협의 파도는 러프하기 이만저만 아니다. 오죽했으면 흰수염할아버지란 말이 떠돌겠는가. 그래도 나는 간다. 두려움이란 사탕 같은 것, 그게 또 뱃사람 인생이 아닌가#바다 #오어선장 #이윤길 #파리 #산티아고 #푼타 아레나스 #파타고니아 #흰수염할아버지 #드레이크해협 2025. 9. 10. 이전 1 2 3 4 5 ··· 2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