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144 야아, 여름이다~ 발송인 불명인 택배를 받았다. 유월 뙤약볕에 상노가다 고행 위로품인데 천도복숭아다. 그것도 올해 첫물 천도복숭아 신비다. 천도 복숭아는 신선과 신비 두 품종이 있는데 속살이 황색이면 황도 계열의 신선, 백색이면 백도 계열의 신비다. 신비는 단일 품종으로 출하 기간이 6월 중하순으로 짧기에 신선에 비하여 가격대가 높고, 신비는 사과처럼 단단하며 아삭한 식감이 특징이나 후숙하면 부드러워지기에 또 다른 풍미까지 느낄 수 있다. 아무튼 천도복숭아 알고나 먹자. ㅋ 내가 복숭아 좋아하는 걸 어찌 아시고 박스째로 보내다니, 누군지 모르겠으나 이거슨 엄청난 반칙. 신비 한 알을 듬뿍 베어문다. 새콤달콤 툭툭 터지는 포텐, 야아! 여름이다~#여름 #천도복숭아 #신비 #신선 #포텐 2025. 6. 30. 떠돌이 겹쳐지는 눈을 부릅 뜬 채눅눅히 젖는 부랄에도 한 주름밤의 바다가 죽어가는 것처럼허공에서 울먹이는 흰 빗금들노숙의 먼 바다에 비 내린다#바다 #오어선장 #이윤길 #해양문학 #포토포엠 2025. 6. 29. 애호박고명 냉국수 조선 애호박 하나가 생겼다. 문득 이때쯤이면 엄마가 삶아주던 호박고명 듬뿍 올린 냉국수가 생각났다. 나는 냉장고를 뒤져 반쪽 짜리 앙파, 파 한줄기, 다시마 몇조각, 고추장에 찍어먹다 남긴 멸치대가리를 넣고 다시물을 만들어 냉장고에 보관했다. 계란 2개로는 지단을 만들고 게맛살을 얇게 손으로 찢어놓고 납딱한 오뎅을 채썰어 고명1 만든다. 가늘게 썬 애호박을 살짝 데친후 찬물에 씻어 물기를 제거하고 간마늘, 참기름, 굴소스, 고추가루를 넣고 조선간장으로 조물락조물락 간을 맞춰 고명2 만들었다. 2인 포장으로 판매하는 오뚜기국수 반을 삶아 그 위에 고명1과 2를 얹고 차갑게 식힌 다시물을 부어, 맛있게 먹었다. 요리, 알고보면 아무 것도 아닌 것이다#애호박고명 #냉국수 #오뚜기 # 요리 #맛있다. 2025. 6. 29. 용서 지금쯤 토쿄와 캐나다를 거쳐 필라델피아로 향하고 있을 은비에게. 아빠는 너가 자랑스럽다. 어린 나이에 미국으로 홀로 넘어가 엇나가지 않고 공부를 마치고 가정을 이루고, 또 건강한 미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고 있음을. 순정한 너의 삶을 지켜가고 있음을. 늦었지만 지나간 날의 용서를 구한다. 너와 금비에게 저질렀던 수많은 폭언과 폭행을. 너희들 가슴에서 못이 된 수많은 상처를 용서해다오. 그 못들이 이제 아빠를 찌르는 창이 되었다고 불쌍하다 생각하지 마라. 아빠는 젊은 날의 악행에 대한 댓가를 받고 있는 중이고 그건 당연히 치뤄야한 죄값이라 생각한다. 그게 벌이고 인생이란다. 사랑한다. 써니도 스티븐도 그리고 금비와 루비나도 유진도#용서 #화해 #폭언 #폭행 #죄값. 2025. 6. 28. 철뚝길소머리국밥집 주문진 철뚝길은 일제강점기시절 강릉에서 원산으로 이어지는 해안선을 따라서 철로를 놓기 위해 만든 길이다. 그런데 일본의 패망으로 철로는 놓지 못하고 길만 남았다. 나는 그 길을 따라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녔다. 그때부터 그곳에 소머리국밥집이 있었다. 인스타그램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노포 식당, 철뚝길 소머리국밥집이다. 국유지 철뚝길에는 대부분 6.25전쟁을 피해 북한에서 내려온 피난민들이 살았는데 그분들 중 한 분이 식당을 하신 것이다. 이제 보이시지 않지만 아침부터 소머리를 손질하시던 할머니 주름진 손과 시커멓던 소의 눈이 선명하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 말처럼 맛의 미세한 디테일이 승부를 가른다#철뚝길 #동해북부선 #일제강점기 #원산 #소머리국밥집. 2025. 6. 27. 민화, 글자도 일월오봉도 그리기를 마치고 표구를 맡겼다. 내가 민화를 그리고자한 건 화가로서 이름을 떨치려는 것이 아니라 그림에 빠져 기뻐하는 나를 찾기 위함이었다. 그게 술이나 도박 그리고 여자에게 정신을 잃고 헤메는 늙은 뱃사람의 끝보다 건강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문제는 그림 1장을 완성하는데 너무나 많은 시간이 걸려서 그 즐거움을 주변 지인들과 나누지 못함이다. 다음 작품으로 글자도를 선택했다. 복자다. 부질없는 짓이나 참으로 우리가 기다리는 것이고 세속적이자 뒤집어 털어보면 철학적 글자다. 정해진 사람은 없다. 고해와도 같았던 인생을 지나며 어울렸던 사람께 선물할 계획이다. 누가 될지 모른다#민화 #복자 #표구 #밑그림 #고해 2025. 6. 26. 이전 1 ··· 18 19 20 21 22 23 2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