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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어선장의 바다

출항하다

by 이윤길(오어선장) 2025. 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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푼타 아레나스를 출항한 배는 마젤란해협 따라 동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탐험과 도전의 거창한 이름 밖 만선을 위해서. 바다에 몸이 천천히 젖기 시작했고 가슴은 시퍼렇게 뛰었다. 나는 다시 바다로 돌아왔다. 저 드넓은 해원을 헤매다보면 온몸에 비늘이 생기고 팔다리는 지느러미로 변해가겠지. 나도 내가 무엇을 볼련지 모른다.


그게 스스로 위로할 수 없는 쓸쓸함이 아니길 바랄 뿐, 그러나 사랑을 위해 뭍으로 돌아갈 날을 꿈꾸며 그대를 그리워할 것이다. 선미 한구석에서 훌쩍거리는 선원이 보인다. 그야말로 귀때기가 새파란 어린 놈이다. 틀림없이 처음으로 엄마품을 벗어난 신참이겠지. 뱃머리가 어디로 향하든 배가 얼마나 흔들리든 그랴, 아파야 청춘이다. 배는 끝없이 파도를 넘는다

#바다 #오어선장 #이윤길 #출항 #마젤란해협 #만선 #아파야 청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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