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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어선장의 바다97

회전초밥집에서 백만 년에 한번은 나도 초밥을 먹는다. 배는 고픈데 탁하거나 무거운 것은 싫고 가볍게 허기를 지우고 싶은 때이다. 오늘은 일요일이지 라고 기지개를 켜며 생각한다. 해는 이미 중천이다. 목적없고 방향없는 삶이 이렇게 평화스럽다니 나는 중얼거리며 베개를 밀어낸다. 귀가하다 본 장산역부근 회전초밥집이 떠올랐기 때문이다.그곳이라면... 문을 열고 들어서자 4명의 요리사가 초밥을 빗고 있고 식탁 앞 레일은 그 초밥들을 싣고 가열차게 돌아간다. 새우부터 시작한 먹방이 쌓인 접시에 놀라 탁 소리나게 젖가락을 놓고마는데 그 소리에 놀란 식탐도 사라지는 것이다. 그카나말거나 소박하지만 나도 휴일을 즐길줄 안다 #바다 #오어선장 #이윤길 #회전초밥 #장산역 부근 #평화로운 삶 #고요한 백수 2025. 8. 25.
제3의 눈 해운대지하철 장산역 출구 8번과 10번 사이에는 지상으로 올라오는 엘리베이터가 있어.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나오면 정면으로 마주하는 큰길에 정류장이 있지. 해운대 마을버스가 정차하는데 큰길과 엘리베이터 사이에는 마을버스 승객을 위해 벤치 2개가 놓여 있고 나는 오른편에 놓인 벤치 가장자리에 앉아 달맞이고개로 가는 마을버스를 기다리곤 했지. 오늘도 변함이 없었어. 우버 택시가 지나가고 승용차가 지나가고 사람들도 지나갔지. 나는 넋을 놓은 채 바라보았어.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내가 망루에서 적을 내려다보는 병사처럼 제3의 눈이 느껴지고 자꾸만 피식거리며 웃고 있는 내가 나를 발굴하고 있더라구#바다 #오어선장 #이윤길 #해운대지하철 #마을버스 #제3의 눈 2025. 8. 24.
국가고시에 도전하다 시험이 끝났다. 아마도 내 인생 마지막 시험일 것이다. 4월부터 시작한 장정의 끝, 당락 결과를 떠나 개운하고 후련하다. 그래도 국가고시인 탓에 덜덜 떨었다. 합격발표는 9월17일이지만 그때 나는 칠레 끝 드레이크해협을 떠다닐 것이다. 예정이 그런데 아마도 그럴 것이다. 항만운송사업에는 항만하역과 검정, 검수, 검량사업이 있다. 그중 검량은 항만을 통해 들어온 벌크 화물의 무게와 부피를 측정하여 공증하는 일이고 사업체를 만들려면 검량자격증을 가진 6명이 참여해야만 한다. 그 한자리를 권유 받았고 어쩌면 늙으막 내 삶을 지탱해줄 수도 있는 기둥이 될 것이다. 미래를 향하는 힘. 그걸 위해 발버둥을 쳤던 것이다#바다 #오어선장 #이윤길 #국가고시 #검량사 #합격기원 #혼곶 #파타고니아 #혼곶 #항만운송사업. 2025. 8. 23.
부산남자-남기묵 내가 응모한 장편 원고의 제목은 이다. 주문진수산고등학교 졸업하기 전 77년부터 원양어선을 탔고 삶의 배경을 부산을 무대로 펼쳤다. 장편소설 은 그 바다에서 만났던 부산남자의 이야기이고 뱃사람의 역사다. 선정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기뻤다. 비로소 목숨줄을 만선에 걸어놓고 폭풍바다를 함께 헤쳐갔던 부산남자들에게 조금이나마 신세를 갚는 기분이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25년 중소출판사 도약부분 제작지원에 졸작의 원고를 응모한 전망 출판사 서정원사장님께도 감사하다. 시고 소설이고 머고 모두 다 때려치우려고 했는데 다시 한번 장고해야겠다. 그래야겠다#바다 #오어선장 #이윤길 #부산남자 #남기묵 #주문진수산고등학교 #전망 2025. 8. 22.
남극해 그곳은 앨리스가 도착한 이상한 나라 같은 곳이었다. 그토록 뱃머리를 괴롭히던 파도도 사라지고 간간히 비까지 내렸다. 게다가 밤도 어둠을 잃어버렸는데 먼 세상에서는 백야 라고 했다. 우리는 잠이 내려앉지 못하도록 눈두덩이를 비벼가며 남진을 계속했다. 그런데 항해는 무슨 장엄한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니그로메루루사를 쫒아서였다. 단순히 물고기를 잡기 위해서였지만 그게 그렇다쳐도 바라본 빙산은 신비했다. 백야의 노을은 녹색이라는듯 마치 북유럽 신화 속 트롤이 마술을 부리는 것처럼 빛나는 광휘를 뿜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아, 그렇지. 여긴 남극이지. 나는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며 머리까지 끄덕거렸다. 2025. 8. 21.
명주의 뜰에서 대접 받았다. 신리에 있는 쇠고기 샤브샤브집이다. 무제한 리필인데 차돌박이도 육수도 정경채도 생맥주까지 가성비 갑이다. 마치 커다란 선물 보자기를 펼쳐놓은 것처럼 만찬이란 말이 딱 맞는 집. 게다가 라이스페이퍼에 야채쌈을 싸먹는 재미란 이렇게 먹어 죄 받지 않을까, 이렇게 퍼주다 망하지 않을까, 오히려 주인이 걱정 되는 집. 그야말로 음식을 모두 먹기에는 턱없이 밤이 짧은, 상다리가 부러지는 집. 식사를 하고 나서도 별채의 살롱에서 와플을 구워먹거나 커피를 내려 먹도록 된 기가 막힌 집. 그 곁에서 불멍까지 때리도록 야외 화덕이 버티고 있는 집. 주문진에는 이런 음식점도 있더라#바다 #오어선장 #이윤길 #명주의 뜰 #신리 #샤브샤브 #대접 #화덕 2025. 8.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