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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어선장의 바다97

청솔공원에서 주문진을 떠나거나 돌아올 때 먼저 들러 인사하는 곳이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모셔놓은 청솔공원이다. 이번도 예외는 아니다. 그냥 무사히 다녀왔다 고하고 떠날 때는 주문진으로 돌아오게 주십사 말하는데 어쩌다 그 일을 거른 때는 마음이 몹시 불편하다. 부모님 살아생전 불효의 깊은 상처이기도 하다. 시립 공원묘지이므로 주문진 사람이면 이곳에 묻히고 나도 자격이 있다. 이곳에 오면 천천히 차를 몰고 묘역을 둘러보기도 한다. 그때마다 지나간 시간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죽은 사람들과 살아있는 나. 영원, 적멸, 종생 등의 낱말이 떠오른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보고 싶어 잠깐 울었다. 나도 늙었다. 2025. 8. 13.
주문진이 그런 곳이지 다시는 저 풍경을 보지 못한다. 빙산은 계속해서 녹고 있을테니 아마도 영원히 이 지구상에서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고향도 그런 것이 아닐까. 눈에서 사라졌지만 가슴에 남아있는 있는 것. 너무나 뚜렷해서 날마다 가슴을 찔러대는 대못처럼 명징한 것. 주문진 가는 길이다. 기상예보에는 비가 많다고 했으나 포항을 지나치자 빗줄기가 그치고 영덕을 통과하자 검었던 구름마저 엷어진다. 복상과 자두를 사고 싶었지만 이른 시간 탓에 7번국도 곁 과일상은 문을 열지 않았다. 북상을 할수록 하늘은 푸르렀다. 망향휴계소에서 수평선을 바라보던 사람들이 외친다. 바다가 장난이 아니다. 남극이~ 고향이, 그래 주문진이 그런 곳이지#바다 #오어선장 #이윤길 #빙산 #주문진 #남극 #7번국도 2025. 8. 12.
군함새 작년 이때쯤 바다에 있었다고 페북이 알려준다. 군함새가 날고 있는 것을 보니 크리스마스섬 인근 해역이거나 그게 아니라면 마이크로네시아 수역의 조업장이다. 망망대해라면 바닷새를 볼 수 없다. 그래서 항해중 바닷새가 보이면 반갑다. 새들이 날 수 있는 영역 안에 섬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섬에는 긴 항해에 지친 뱃사람을 위로하는 많은 것이 있다. 럼주라든가 금발의 아가씨라던가 달콤한 잠이라던가. 꼬리를 V자로 펼친 채 날개를 한껏 웅크린 것은 공기저항을 얻기 위해서다. 속도를 낮추기 위해서 안간힘 쓰는 모습으로 알 수 있다. 곧 수면으로 뛰어 오르는 날치가 있을 것이다. 갑자기 바다가 헤어진 애인처럼 그립다#바다 #오어선장 #이윤길 #군함새 #크리스마스섬 #망망대해 #마이크로네시아 #럼주 #금발머리 아가씨.. 2025. 8. 11.
어쩔수 없이 비를 기다리던 때가 있었다. 세상 모든 것이 비에 쓸려 바다로 떠내려가길 바랬는가보다. 혼자여서 우울했고 어쩔수 없이 외로웠고 쓸쓸하던 시간이었다. 넋을 놓은 채 달맞이고개길 2번 마을버스를 기다리던 오늘이 그랬다. 이미 주변은 어둠으로 가득했고 건널목을 바삐 건너는 이들이나 술자리에 남겨두고온 하선장도 홀로일 것이다. 몇 번의 천둥과 함께 희고 날카로운 Z자 번개가 눈 앞을 지나갔다. 흐렸던 눈이 맑아지고 막힌 귀가 뚫리기 시작했다. 나는 혼자 중얼거렸다. 비가 왔으면 좋겠다. 마침내 장산역 7번 출구 앞 벤치에도 비가 내렸고 내 마음도 비에 젖기 시작했다. 비가 와서 르무통 운동화도 흠뻑 젖었다#바다 #오어선장 #이윤길 #달맞이고갯길 #장산역 #르무통운동화 2025. 8. 10.
영도파 이광석대표님께서 마련한 자리에 초대 받았다. 이전이거나 이후이거나 영도와 인연이 닿고 또 영도를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 영도파 8월 자리였다.바람도 선선하고 5층 건물 옥상 파티장은 여러 캠핑 도구로 세팅되어 있어서 어느 글램핑이 부럽지 않았다. 이광석대표님 민생지원금으로 마련한 고급진 요리 안주로 김재곤샘이 들고오신 막걸리와 박명기대표님 보리소주를 마셨다.두 분 모두 술의 이력에 어찌 해박한지 감탄에 또 감탄했다. 게다가 조상제샘의 돼지고기 수육 강의는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침을 줄줄 흘리게 했다. 그렇게 좋은 사람들과 시간은 어느새 통금에 가까워졌다. 우리는 9월을 기약했다#바다 #오어선장 #이윤길 #영도파 #글램핑 #민생지원금 #막걸리 #보리소주 #통금 2025. 8. 9.
회상, 그날들 더위가 한풀 꺾였다고 하나 여전히 덥다. 그때도 더웠다. 생철판 갑판에 계란 터뜨려놓으면 허옇게 반숙이 되는 걸프해에서였다. 2시간마다 예망 결과를 확인했다. 늙어가던 어머니와 나이 어린 동생들을 위해 수조기 마릿수 헤아리며 국경선을 들락거렸는데 등줄기 타고 흐르던 식은 땀은 더위 때문만은 아니었다. 때로는 몽고라 하던 갑오징어 먹물주머니를 묶거나 칼치의 머리통을 나란히 배열하다, 손에 쥐어질 몫돈을 생각하며 하얗게 웃기도 했다. 하루종일 배꽁무니 잡고 늘어지던 뜨거운 햇살과 더위에 관통당해 축축 늘어지던 몸뚱이를 끌고 우리는 바다밑을 흩고 다녔다. 50년 전, 그렇게 뜨겁던 중동 바다에서도 한시절 보냈다#바다 #오어선장 #이윤길 #예망 #수조기 #국경선 #몽고 #갑오징어 #먹물주머니 2025. 8.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