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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어선장의 바다97

가족사진 승용차는 강릉시 공영주차장에 넣어두고 10시30분 강릉발 서울행 KTX 이음을 탔다. 이미 표를 예매해 플랫폼으로 들어가 기차에 오르면 되었다. 기차를 탈 때마다 느끼는거지만 검표하지 않는 시스템에 감탄한다. 그 만큼 대한민국 시민 수준이 높다는 것이겠지. 또 서울과 강릉이 그렇게 가깝다니. 서울서 점심을 먹고 저녁도 먹고 스벅에도 가고 주문진으로 다시 돌아와도 밤12가 넘지 않는다. 아무튼 기뻐서 행복했다. 3대가 모인 자리였다. 써니도 방학을 맞아 미국에서 들어왔고 루비나도 오랫만이다. 손녀들이 이쁘게 건강하게 자라줘 고맙다. 그리고 은비와 스티븐이 함께 선물한 몽블랑은 안 비밀인데 아버지요! 좋은 글을 쓰시라나머라나, 그것 참~#가족사진 #강릉역 #써니 #루비나 #은비 금비 스티븐 유진. 2025. 6. 25.
호르무스해협 장마 지나자 전국이 불볕이다. 폭염주의보가 미국이 이란에 투하했다는 벙커버스터처럼 우리 주변을 들쑤신다. 이란이 보복으로 호르무스해협을 봉쇄한다고 하는데 호르무스라니? 나는 순식간에 그 뜨겁고 순정했던 20대의 시절로 돌아간다. 트롤선 3등항해사였다. 반다 아바스항을 기지로 이란 바다에서 조업을 했고 에어콘도 없는 불볕 더위를 어떻게 견뎌냈을까, 그곳이 호르무스해협이었다. 이제는 녹아사라져버렸을 저 빙산처럼 내가 제일 어렷으니 대부분 그때의 뱃사람은 이세상 사람이 아닐 것이다. 늙어가며 추억을 먹고 사는 동물은 인간이 맞다. 먼나라 전쟁에 내 추억이 이렇게 선명해지다니, 참으로 몸도 마음도 뜨거워지는 염천의 더위다#호르무즈해협 #빙산 #3등항해사 #반다 아바스 #추억. 2025. 6. 24.
남극해 밀려오는 유빙을 헤쳐가는 동안에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지구온난화 때문이라 했지만 나는 극점 한 켠이 뚫려버린 탓일거라 생각했다. 한때 스노우볼 어스였던 이곳에도 그 구멍으로 전해진 우주의 복사열로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크게 소리내 울지 못했을 뿐 그때도 나는 주문진의 낮과 밤을 그리워했다. 빗물에 떨어져 뒹굴던 앵두나무 밑 앵두와 처마밑 낙숫물 소리를 기억해 내었고 송골매가 부른 빗물을 따라 흥얼거렸다. 지리멸렬한 날이었다. 양철지붕 두들기는 빗소리에 잠들지 못하는 나의 불면처럼 밝은 어둠이 끝없이 따라오던, 곁에 있던 누가 이곳이 남극해라 말했다#남극해 #극점 #유빙 #스노우볼 어스 #지리멸렬 2025. 6. 22.
망치탕 망치탕이란 것이 있다. 명태가 사라진 주문진 주변지역의 특색있는 음식으로, 쫀득한 식감과 칼칼하고 깊은 국물맛이 일품이다. 망치는 삼숙이 혹은 쑤기미 라고도 호칭하는데 고무꺾정이가 정확한 학명이다. 지역민들이 예전엔 버렸으나 씽퉁이 두루치기, 물곰국, 장치찜처럼 지역의 명품 매운탕으로 다시 태어났다. 주문진 소돌항에는 대철이네집이란 노포가 있다. 할머니 한 분이 운영하는데 그날 준비한 망치가 소진되면 점빵 문을 닫는다. 밑반찬은 묵은지 김치 딱 한가지지만 나는 지인들에게 이 집을 소개한다. 실패가 없기 때문이다. 망치는 회유하지 많고 1년 내내 한 곳에 붙어사는 물고기로 날씨가 좋은 날이면 언제든 그 맛을 볼 수 있다. 비 온 뒷끝이라 하늘이 꾸물꾸물하다. 점심으로 망치탕과 소주 1잔 권하고 싶은 날이다.. 2025. 6. 21.
나만의 에그 스크램블 다이소에서 구한 바질 씨앗을 화분에 파종했고 그 화분을 주문진까지 가져와 드디어 12장 잎을 수확했다. 그리고 에그스크램블에 넣었다. 나만의 에그스크램블은 양파 반 개를 채 썬 후 해표 식용유를 두르고 고소한 냄새가 맡아질 때까지 볶는다. 볶아진 양파에 계란2 알을 터뜨려 넣고 잘 저어준다. 이때 자신의 기호에 따라 맛소금으로 소금간을 한다. 계란 흰자위가 희긋희긋 익어가면 준비된 바질을 손으로 뜯어서 넣는다. 조리된 에그스크램블을 이쁜 그릇에 옮겨담고 백명란 반 뿌리로 데코레이션 한다. 후추를 넣지 않아도 계란의 비릿한 맛을 바질이 잡아주고 백명란의 간간함이 풍미를 더하는데 여기에 커피 한 잔이면 어느 호텔 아침 조식이 부럽지 않다#에그 스크램블 #바질 #호텔 #아침 조식 #다이소. 2025. 6. 20.
주문진에서 주문진의 시계는 빠르다. 풀을 뽑고 제초제 살포하고 페인트 칠하고 시멘트 바르고 뒷마당 팬스와 출입문 만들고 앞마당 대문 만들고 하는 동안 20일이 지났다. 여전히 시멘트로 보수할 곳이 남았고 과실나무 살충제 살포와 슬라브 천정 방수작업은 시작도 못했다. 그러는 사이 사과나무의 사과는 무럭무럭 자라고 내 배는 쑥쑥 드간다. 몸은 고되지만 마음은 그리 편할 수 없다. 흔들리는 잠을 자지 않아도 되고 어금니를 앙다물지 않아도 된다. 꾸룩 거리는 산비둘기 울음 소리에 잠이 깨고 창 넘어 들리는 뻐꾸기소리를 배경으로 마시는 커피맛은 환상이다. 그래도 조심하자. 기온이 33도다. 뜨겁다 못해 펄펄 끊는다#주문진 # 뒷마당 #사과나무 #산비둘기 #뻐꾸기. 2025. 6. 19.